인용 진지한 이야기

저작권법이 강화된 이후로, 많은 이들이 부지불식간에 저지르던 저작권 침해의 사례는 꽤 줄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위반사항에만 저촉되지 않기 위한 반작용에 국한되다 보니 정작 그 의도를 이해해 '내키는 대로 해도 위반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모든 사항은 일종의 '인용'에 관한 것들이다. (이 논의에서는 남의 글/사진/음악 하나 달랑 옮겨다 놓고 제 것인양 놔두는 게시물은 배제한다. 이건 인용이 아니라 도용이다.) 즉 자신이 만들지 않은 것들을 자신의 제작품에 포함시키는 경우, 그 형식과 태도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 - 들의 집합이 블로깅 시 지켜야 할 저작권법의 요체라고 봐도 과히 틀리지 않다. 즉, 내가 가져다 쓰는 것이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마땅한 절차와 예의를 지키는 것이 요점이다.


원작자에 대한 예의 -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지키는 것은 다음의 사항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가지는 것을 뜻한다.

1. 내가 그것을 가져다 쓰는 것을 주인이 허락하는가?

- copyright라는 글자가 적혀있다면, 주의하라. 인용하고자 하는 사이트의 어느 안 보이는 하단 구석에라도 박혀있으면 원.칙.적.으.로.는. 사진 한 조각은 물론이거니와 어느 한 구절의 인용조차 할 수 없다. 그 범위는 만약 해당 사이트의 약관이 있다면 그에 따르고, 원주인이 규정하는 규칙이 있다면 그에 따르며, 이러한 언급이 없다면 일반적인 저작권법에 따른다. 절대로 피해야 할 것은 "에이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하는 자의적인 기준설정이다. 물론 저작권이라는 것 자체가 친고죄적 성격 - 권리자가 피해 사실에 대해 고해야 성립하는 죄의 성격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저작권법으로 말미암아 그마저도 아니게 되었다.


2. 허락한다면 어느 수준까지인가?

- 인용의 수준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전체인용, 부분인용, 링크가 그것이다. 전체인용은 내용 전체를 자신의 공간으로 가져오는 것, 부분인용은 내용 중 일부만 가져오는 것, 링크는 자신의 공간과 원작자의 공간을 연결만 해놓는 것이다. 대개 크게 착각하는 부분은 부분인용은 괜찮다 - 는 생각인데, 이 생각이 얼마만큼 잘못되어 있는가를 알고 싶다면 논문을 보라. 타인의 저서 중 단 한 문장을 자신의 글 안에 넣기 위해 엄청난 각주와 원전표기가 주렁주렁 달린다. 

- 대부분의 사이트 중에서는 인용의 한계 및 조건을 명시해둔 곳이 많고, 그 조건을 따르는 한 허락을 얻은 것으로 보아도 좋다.


3. 금지한다면 내 제작물에 인용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 금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면금지와 조건부금지가 그것이나 인용 전면금지를 표방하는 곳은 별로 없고, 대부분이 조건부금지이다. '허락을 구하지 않고서는 인용할 수 없다'가 대부분인데, 이러한 경우에는 2의 인용방법 중 '링크'만이 허용된다. 하지만, 만약 금지조건 중에 '트래픽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링크를 불허한다'라는 조건이 있으면 링크조차 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Lunapark라는 곳은 트래픽으로 인해 링크를 금지하고 있는데(대신 이곳은 출처 표기 후 전재를 허락한다.) 이런 장소의 내용 중 인용하고픈 부분이 있다면 "Lunapark x 월 x 일자의 그림일기에서 무엇무엇이라는 내용을 얘기하고 있는데" 까지만 허용된다. 물론 무엇무엇은 원전 그대로를 가져와선 안된다.

- 위의 경우에는 해당사이트의 링크를 통한 트래픽(사용량)이 제3자의 사이트 방문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트래픽 양에 따라 해당 도메인의 유지비용이 다르다.) 해당 사이트의 주인이 그것을 원치 않아 금지한 것이다. 하지만, 일반 포털이나 뉴스 사이트 등의 경우에는 트래픽이 곧 그들의 가치를 결정짓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그들의 트래픽을 내가 훔쳐가는 것은 그들의 이익에 절대적인 손해가 된다. 무슨 말이냐 하면, X선일보의 뉴스 중 하나의 전문을 그대로 긁어와 나의 블로그에 포스팅했을 때 내 블로그 방문자는 원하는 정보를 나의 블로그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에 X선일보 사이트로 방문하지 않게 되며, 이것은 X선일보에겐 손해가 되는 행위인 것이다. 또한 인용을 해온 나의 포스트에 해당 원출처로 향하는 링크가 없다면, X선일보 측은 자신이 제공한 정보에 따라 마땅히 받아야할 트래픽을 받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트래픽에 대해 긍정적인 모든 사이트는 인용 시 링크를 넣는 것과 전문 전재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특히 이 중 전문 전재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웹사이트 약관 및 저작권법에서도 금하고 있다.


4. 인용이 남의 것이라는 인식을 스스로 얼마만큼 자각하고 있는가?

- Cheating조차 들키지만 않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라고 믿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타인의 지적/예술적 성과를 훔쳐다 쓰는 것에 대해 도덕적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어렵다. 이러다 보니 남의 것을 가져와서 '이 부분은 누구누구가 어디어디에 썼던 거에요'라고 표시하는데 대단히 인색하다. 소위 '짤방' -짤림 방지의 준말로 흥미 위주의 그림이나 (합성)사진- 이라는 것들 또한 이러한 무의식적 도둑질의 일환인데, 짤방의 출처를 밝히는데 관심을 갖는 사람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 신문기사를 링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3에서 언급했듯이 전문을 전재하는 것은 원저자인 신문사의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되며, 부분적 인용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해당 정보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었다면 그 정보의 출처를 밝혀야 하며, 그 이득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 차원에서 내 블로그의 방문자에게 원출처를 쉬이 확인할 수 있도록 -나에게 정보를 제공한 것이 원저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도록- 링크를 제공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마땅하다. 또한, 마찬가지의 원칙에 따라 이러한 인용에 대한 표시 및 절차는 해당 인용문의 앞에 표시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인용문의 후반부에 조그맣게 출처를 밝히는 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인용된 부분이 나의 의견인 줄 착각하게 만들고, 출처 표시가 눈에 띄지 않을수록 이러한 오해 가능성이 더욱 커져서 원작자의 이익에 반하게 된다.


이 글을 작성한 이유는, 잘못된 인용의 사례가 이오공감에 올라 나 또한 보게 되었고, 해당 글에 덧글로 원문의 출처를 밝혀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주인장의 무성의한 덧글 한 줄만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해당 글의 링크가 문서 최하단에 들어가 있지만, 덧글의 주소를 통해 해당 글을 찾아본 이후에 새로이 추가된 내용이다.)이 글 자체가 링크된 블로그의 주인장의 심기를 거스를 우려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나, 해당 블로그의 '시사' 카테고리에서 비판적인 논지를 꾸준히 견지하는 주인장의 성향에 비해 해당 신문들의 기사를 인용하는 솜씨가 허술한 듯하여 충고차 전한다.

그뿐만 아니라, 언제라도 후에 이 글을 보게 되는 독자에겐 블로깅을 함에 있어 필수적이라면 필수적인 정보의 인용에 있어 이 글이 타인의 지적결과물을 자신이 빌려쓴다- 라는 사실을 한 번 더 일깨우는 역할이 되길 바라고, 또 한 편으로는 어느덧 이러한 규칙을 지킴에 익숙해진 나 자신을 한 번 더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덧글

  • 하얀용WhtDrgon 2007/11/16 16:13 # 답글

    말씀감사합니다. 덧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긴 합니다만 무성의로 느끼셨다니 죄송할 따름입니다.

    원문주소요청으로 받아들여서 원문 주소를 적었습니다만, 다른 의미가 있는줄은 미처 짐작치 못했습니다. (원문의 출처를 밝혀달라는 뜻보다는 원문 소스 확인을 하고싶다.로 받아들인 덕입니다.)

    말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허임복 2009/04/21 20:18 # 삭제 답글

    중요한 글이라... 이곳 출처를 밝히고... 제가 활동하는 웹사이트에 올렸습니다.
    그것도 허락이 안된다면 내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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