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은 진지한 이야기

아랫글의 말미에서부터 새 글을 시작한다.

국가원수 - 대통령이라는 직위는 한 국가 행정부의 수반인 동시에, 가장 권위있는 자리이다. 매년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에 대통령이 빠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순수히, 가장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심없는 포부이다. 우리의 어린 날을 생각해보자. 옆자리 명철이가 자기의 꿈은 장군이라고 말하면, 나는 그보다 더 위대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생각에 '나의 꿈은 대통령'이라고 소리높여 외쳤다. 그렇게 한 반에 대통령은 적어도 한 명 많게는 스무 명이었고, 대통령이 장래희망이라는 녀석이 짝을 괴롭히면 "대통령이 되겠다던 녀석이 친구를 괴롭히면 되겠느냐'는 자못 수준 높은 선생님의 질책에 '미래의 대통령'께서는 짝에게 먼저 미안하다 손을 내밀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꿈은 점차 현실에 가까워진다. 대통령은 어느덧 오를 수 없는 나무 위의 포도가 되어 여우처럼 그 고개를 떨구고서, 과학자, 선생님, 간호사... 그렇게 꿈은 지상으로 깔리다 어느샌가 공무원이 되겠다는 참으로 현실적인 희망을 꿈이라 말한다. 어느샌가 어른의 눈빛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그들에게 부모들은 대학가서 데모하지 말라고 거듭 말한다. 뉴스를 보면서 "저 썩어빠진 놈들!"이라며 국회의원들을 욕하고, "노무현 때문"이라며 대통령을 안주삼아 술을 들이키는 부모를 바라보면서 아이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어느샌가 우리는 아이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 뜯어말린다. 아이의 두 손을 붙들고 진지한 목소리로 "얘야, 정치만은 하지 말거라" 당부한다. 그렇게 어른이 된 이전의 아이였던 나, 그리고 당신. 당신은, 아니 우리는 우리의 자식에게 누구를 닮으라 말할 것인가?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었다 하자.
몽골까지 뚫을 운하도 무섭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아이들의 눈에 비칠 대통령이다. 우리의 손으로 욕심을 위해 수단과 정의를 포기한 사람을 제1권위자로 선출해놓고, 아이들에게 그를 닮지 말라고 말해야만 하는 이중잣대 - 그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대통령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울 나라에서 제일 훌륭한 사람이 대통령이잖아요?" "대통령을 본받으면 안된다구요?" "왜요?"

로 이어질 질문공세를 생각만 해봐도 그저 아뜩해진다. 하지만 더욱, 가장, 몸서리치도록 무서운 것은,
위의 질문에 자못 당당하게 "대통령을 본받으라."고 말하는 어른의 모습이다. 원칙도 없고, 정의도 없고, 오직 사욕과 영달을 위해 친구를 위협하고 이웃을 속이고서라도 모두를 짓밟고 올라서라 - 고 아이에게 떳떳하게 말하는 어른의 모습. 누구나 규칙을 어기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적발이 되었다 해도 "나랏님도 한 짓인데 일개 소시민인 나만 갖고 그러느냐!"라고 당당히 목소리를 높이는 사회. 바보만이 규칙을 지키는 세상 속에서 공자왈 맹자왈 공염불이 되어버릴 교육. 이것이 바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우리의 아이들이 보고 자랄 미래이지 않겠나.

민주주의의 가장 큰 권력자는 국민이다. 그리고 그 국민의 권위는 한 사람에게 모여 대통령이 된다. 그 한 사람이 모든 국민을 대표하고,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며, 아이들에겐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는 목표가 된다. 모든 현재가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다음 5년간의 미래를 그리려 한다.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그려라. 그리하면 그 미래를 당신의 아이가 물려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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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리하 2007/12/10 02:04 # 답글

    예전 6살인가, 7살때의 기억인데 지금의 노통말고 다른 노통이 그자리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동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노는데 갑자기 이야기가 가장 훌륭한 사람이 누굴까?로 흘러갔습니다. -_- 그때 저희 얘기의 끝은 대통령인 그분이셨죠.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아버지께 그 얘길 드렸는데 참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더군요.
    어쩌면 다음 5년, 조카들 앞에서 표정관리하기 힘들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luminers 2007/12/10 16:21 # 답글

    ㅁㅁㅁ/애초에 역대 대통령 중 본받을만한 대통령이 있었는지 조차 의심스러운 판국이죠.

    ...랄까 얕은 제 지식으로 봐도 이번 대선 돌아가는거 보니 답이 안나온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 Hellkite 2007/12/10 16:46 # 답글

    비로그인 / luminers 님

    글의 의도를 착각하고 계시는데, IMF의 주인공 김영삼조차 재임 동안의 실정에 대해 욕을 먹는거지 권위자로서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 욕을 먹고 있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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