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 지나온 것들

정원사 -생명의 흔적을 '아름다움'이라는 미명하에 가차없이 잘라내어 버리는 어찌보면 생명을 깎아먹으면서 살아가는 직업- 는 과연 정원에게 필요할까. 그대로 두어도 나름의 생을 살텐데, 굳이 살려두어야 할 녀석과 먼저 죽여버릴 녀석을 골라서 가위질을 하는 것인가. 전자는 후자에 비해 불행할까.


한 명의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마음의 총량은 일정하다. 물론, 경험이 그 양을 점차 늘려주지만 그것은 낙숫물구멍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일. 잡초든 난초든 가리지 않고 품는 땅 마냥, 그 마음은 간직하고 싶은 것과 없애버리고픈 것을 가리지 않고 키운다. 그냥 그대로 두어도 어떨까 싶다마는 간직하고픈 것들을 남기고 싶기에 없애버리고픈 것들을 잘라낸다. 싹둑. 물론 없애버리고픈 것들이라고 해서 내 마음에서 돋아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새끼손가락이라도 자르는 것처럼 가위를 든 다른 손이 연상되는 공포와 두려움에 부들거리기는 매한가지.

눈 딱감고,
싹둑.
윽.

피가 배어나오는 상처가 아물면
잔가지로 향하던 마음은 끊어져
온전하게 마음이 흐르지 않을까
가슴시리게 고운 것들만 남아서.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입장전 주의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