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 웃는 모습. 지나온 것들

최근, 알고 지내는 J님의 생일에 초대받아 축하차 가게 된 일이 있었다. 올해로 서른(힛힛)을 맞으시는 생일이라 나름대로 의미가 깊었지만, 정작 Hellkite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할까. -_-;


....이에 대한 변명을 잠시 하자면! (하지 말래도 할거야! 으릉!)

사실, 또다른 지인 중의 한분인 P님의 전화연락을 받고서야 알게된 일이라 별다른 준비도 못한 채로 업무가 끝나자 마자 지하철을 타고 달려 참가했건만, 정작 당사자께서는

"에? 생일이요? 누가?"

라는 반응을 보이셨다. ...평소에 '광대'급 이상으로 블러핑(허풍)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인지라 의심반으로 물었다.

"아니 J님 본인 생신이라고 연락을 받았습니다만?"

"에이~ 그거 P가 장난친거에요~ Hellkite님도 알잖아요 P가 얼마나 거짓말 잘하는지~"

"어디, 민증 한 번 보여주실래요? 확인해보게" (....이런게 결코 지나친게 아니다 -ㅂ-;)

"아. 보시겠다면 드리지요. ....진짜 보시게요?"

"...(너무 심한가?)아닙니다. 됐습니다."


....그런가아 해서 그저 아무런 준비도 안하고 노닥노닥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들이닥친 다른 분들. 그리고 그 손에 들린 케이크.

"J님!!! 생신 아니시라면서요!"

"에에~ 어쩌나 들통났네? (들어온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아 케이크는 좀 숨겨서 들고 오지!!!(그러면서 도망)"


....아무튼 여차저차 해서, 조촐한 생일파티가 있었다. 조그마한 케이크 하나, 초가 달랑 세개. 조그만 폭죽 두 개. 생일축하합니다. 노래도 끝나고 초 전부를 한번에 불어끈 J님의 앞에는

....두어시간 뒤 두 번째의 케이크가 도착했다. 여자친구분의 손에 들려서. 초가 31살이었다는건 불을 붙인 다음에야 알았고, 아랑곳 없이 한방에 불어 끄신 J님이 잘라주신 케이크는 이제 느끼해서 못먹을 때 즈음. 지하철은 끊어지고, 닭 조금에 맥주 조금 사와서 술자리를 벌였다. 언제나처럼 J님의 독무대. 여자친구분을 포함해서 대여섯명이 모인 자리에서 좌중을 쉴새없이 주무르며 웃겨대시다.

슬슬 술도 다 떨어지고, 이런저런 음악을 들으면서 도란 도란 얘기를 하던 중, 멋들어지는 기타솔로가 나왔다. J님의 기타솔로 마임(?)덕에 또 자지러지게 웃다가 문득 한마디의 말이 귀를 때리더라.

"오빠. 나랑 있을 때는 우울증이더만, 이 분들앞에서는 완전히 조증이다?"

....
흠. 그 여자친구분은 알까?
너무 많은 의미를 가진 사람앞에서는 가장(假裝)을 하고 싶지 않다는 걸.
그저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이해받고 받고 싶다는 걸.
상처받아도 개의치 않는 타인들에게는 발벗고 광대가 되어도 아쉬울 것 없지만,
자신에게 '의미'인 사람앞에서는 그저 수줍고 부끄러운 마음을.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의미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나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러운 일.

흐음. J님은 아무말 없이 그냥 웃기만 하셨다.
말이 되지 못한 의미는 웃음을 통해 전해졌는지,
그런 그에게 여자친구분은 그저 머리카락만 쓰다듬더라.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끊어진 지하철이 다시 이어질때까지 기다려야하는 Hellkite의 앞에서 두 분은 다정히 기댄채로 소파에서 잠들었다.(흑)


뭐. 행복하시라구요. 빌어드릴테니. 오래도록.

때는 부산 락페스티벌 마지막 날. 친구와 함께 J님 P씨등등 많은 분들이 모였다. 서면지하철 역을 향해서 달리는 지하철에서 P씨와 그 여자친구분의 알콩달콩을 보다 못한 J님,

"야! P! 너 너무하는 거 아니냐! 저기 솔로이신 Hellkite님도 보고 계시는데!!"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고)"허..허허;"

....옆에서 죽어라고 웃어대는 친구눔에게 얌전히 한방 먹이려던 와중에 서면 도착. 계단을 조심 조심 올라가는 아가씨 옆에서 P씨는 찰싹 달라붙어있는데,

J님 : "Hellkite씨, P 절마 너무 하지 않아요? 공공장소에서 말이야. 너무 예의 없다고 생각안해요?"

HK : "뭐...; 좀 그렇지요; 보기 좋다고 해도 염장질은 염장질이니."

J님 : "마! P! 봐라! Hellkite씨가 너무 한다잖아!!! 예의가 있어라 좀!"

P씨 : "아 왜 나만 갖고 그래요! 너무 하는거 아냐?!"

J님 : "흥! 커플 즐이다 임마!"

HK : "......"(뻘뻘뻘뻘;;;)


...그러다가 서면 지하철 환승장에서 J님 여자친구분이랑 조우. 바로 답삭♡모드로 바뀌신 J님. 어안이 벙벙해진 HK.

HK : "저..저기요 -_-;; 좀전까지 '커플 즐'이라고 하시더니?"

J님 고개를 돌려서 HK를 2초간 바라보더니,

J님 : "...솔로 즐!" (다시 답삭♡모드)


....웃느라 승강장에 쓰러져버린 친구놈을 팰 수도 없고 -_-;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로 락페에 끌려갔대나 어쨌대나.

덧글

  • veronica 2004/08/23 16:23 # 답글

    ㅎㅎ 즐...ㅎㅎㅎ 전 친구들이 커플로 나타나면 그자리에서 '니네들 즐~~~~~!' 하고 외쳐요
  • Hellkite 2004/08/23 16:58 # 답글

    오랫만에 뵙습니다 ^^ ...너무 오래셨어요 ㅠ_ㅠ
  • 2004/08/23 17:1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Hellkite 2004/08/23 22:06 # 답글

    패거리로 묶어서 매도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야, 당해드리죠 뭐. 자기 위신밖에 더 깎입니까. 신경쓰지 마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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