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과 역차별. 추억

평소에 이렇게 저렇게 페미니즘에 대해 겪고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정작 본인더러 페미니스트라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얘기하기는 힘들다. 주위의 바람직한 페미니스트들을 많이 만나 보았고, 그래서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고 느낀 바가 많다. 하지만, 그만큼 어줍잖은 '얼치기 페미니스트'들도 많이 만나보았고, 그들이 주장하는 '역차별'에 대해 느낀 불쾌함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일단 간단한 예를 하나.

'국방의 의무는 왜 남자만 지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면 으레 돌아오는 대답이 있다.

'여자는 약하니까.'
'여자는 군대 안가는 대신 애기를 낳는다'

....이 두 가지 헛소리에 대한 반박에는 따로이 시간들이지 않겠다. 아니, 시간이 아깝다.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게 아니니까.


위의 경우처럼 어설픈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역차별'은 대부분 다음의 도식을 따른다.

1. '권리'에 있어서는 평등을 요구하면서
2. '의무'에 있어서는 보호받기를 바란다.

위의 예도 마찬가지인데, 동등한 사회적 권리를 얻기를 바라는 주체면서 그 권리에 따르는 '의무'에 대해서는 약자로서 보호받기를 원하는 것. (그러면서 군가산점은 폐지하자고 하더라 =_=)


물론, 여성이 사회적인 위치에서 약자이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많은 억울한 일들에 대해서는 듣고 보고 같은 사람으로서 공감하고 분노한다. (아는 선배가, 야근조로 남아서 일하던 남녀 직원 두 명중 남자쪽이 단지 '여자쪽에서 말대꾸하는게 마음에 안든다'라는 이유로 일방적인 폭력을 가해 여직원 실신 -> 병원행이 되는 사건이 터져서 그 사건 수습을 하는데 여직원 대표로 참가한다는 얘기를 들었을때는 피가 거꾸로 솟을뻔 했다-_-;) 이런 여러 일들에 있어서 '사람'으로서 동등히 대우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같은 사람으로서 함께 분노하고 함께 싸워줄 의사가 있다.

하지만.

같은 사람으로서의 동참을 바라고 동의를 구하려면, 끝까지 사람으로서 남아라. 자신이 필요할때만 '연약한 여자'의 입장이 되지 말고. 위의 예처럼, 자신들에게 불리한 의무앞에서만 '연약한 여자한테 너무하는 것 아니냐~'식으로 도망가지 말라는 말이다.
(마린블루스의 7/20일자 에피소드를 보면서- 무거운 짐, 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러고 싶어서'이지, 당연해서가 아니다.)


평등을 원하면, 책임도 받아들여라.
달콤한 권리안에서 행복해하다가 쓰디쓴 의무앞에서만 여자로 변하는 마법에 걸리지 말고.


덧) 애매한 덧글이 달려버렸길래, 덧글 봉쇄를 할까 고민하다가 덧글 삭제. 최소한 남의 집에 왔으면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주시라. 초면에 반말늘어놓는 당신이 더 짜증날 수도 있다는 점은 고려해보지 않은 건가?

덧글

  • ciel 2004/08/24 18:14 # 답글

    여자도 군입대 혹은 그에 준하는 대체복무(아직 없지만, 생긴다면)의 의무를 부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군대의 효율성 이런건 논외로 치더라도요.
  • 자이젠 2004/10/26 17:41 # 답글

    저는 평등을 원하지 않아요. 평등을 원하는 사람은 평등을 위해 노력할거고 또 작게나마 성취감도 있을테죠. 근데, 제 경우는 평등해지면 그만큼 책임져야할 일들이 많아질텐데...두렵네요. 솔직이 피곤하구요. 안평등해야 투덜거릴수 있을테고, 투덜거리지 못하는건 저보고 죽으라는 얘기니까. 차라리 궁지에 몰린 삶을 살고 싶네요.

    귀여운 노예, 자이젠 올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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