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과 식사를 하다가. 지나온 것들

"벌써 다 먹었냐. 좀 천천히 먹어라."

"아 충분히 먹었어요."

"쯧. 니는 어째 니 입맛에 맞는게 있으면 잔뜩 먹고, 별로 입맛에 안맞으면 그걸로 땡이고."

"아니 그게 아니고!! 사실 적당히 먹는 만큼만 먹어도 되는데,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괜시리 '조금만 더 먹을까?'하는 마음 때문에 무리하는 거라니까요. 거기다가 어머니가 어릴 때 어이구 잘먹네~ 더먹어라 하고 부추기는 바람에 이렇게 된거라구요."
* 주 : Hellkite는 조금(...)많이 먹습니다.

"....하긴. 너 어릴때 먹이던거 생각하면 그럴 수 밖에 없었지."

".....예?"

"니 어렸을 때 입이 얼마나 짧았는지 아나? 우유도 꼴꼴꼴 먹길래 잘먹는다 싶어서 먹여놓고 돌아서면 '웩~'하더니 다 토해내고. 어디 마음 놓고 음식을 먹일 수가 있어야지. 김치고, 나물이고, 생선이고, 해물이고 뭐고 간에 조금만 비위에 안맞다 싶으면 먹은거 다 토해내곤 해서 아예 니 다리위에 수건 받쳐놓고 먹였다. 근데 이놈이 조금 크더만 꾀가 늘어가지고서는, 토하는 건 잘 안먹인다 싶으니까 아예 먹기 싫은거 있으면 일부러 웩- 웩- 거리데?"

"......"

"그래서, 다리에 수건 받쳐놓은 채로. 먹이고, 토하면 그거 닦아내고 다시 먹이고, 또 토하면 그거 닦아내고 다시 먹이고, 계속 그러니까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먹더라. 니 동생은 고집은 또 얼마나 셌는지. 하이고. (한숨) 니 지금 된장이고 김치고 파고 양파고 푹푹 잘 먹을 수 있게 된 거 다 내 덕인줄 알고 고마워 해라. 알간?"

".....네. _no"


...그렇습니다 T^T 음식괴물 Hellkite는 어머님의 자식보완계획을 완벽히 이수당한 프로토타입이었던 겝니다. on_

덧글

  • Dolhana 2004/09/02 20:38 # 답글

    프로토타입이래도 꽤 성공한 케이스 군요 .. ^^
  • 시대유감 2004/09/02 20:43 # 답글

    최고의 미식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로군요.
  • Extey 2004/09/02 20:45 # 답글

    저는 어릴때 밥을 워낙에 안먹어 대서 큰집가면 큰아버지가 자동차 태워준다고 꼬시고, 여기저기서 막 뭐로든 꼬셔야 밥을 먹어서 속썩였다는 말을 자주 듣지요; (근데 요즘은 너무 살쪄서 (..))
  • 2004/09/02 22: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Aokizz 2004/09/03 08:58 # 삭제 답글

    ...밥을 물에 말지 않으면 밥 못먹던 어린시절이 기억나는 글이로군요.--;
    저는 맞아도 안고쳐지던게 크니까 자연스럽게 고쳐졌지만..[..]
  • frogshoe 2004/09/03 11:06 # 삭제 답글

    니가 조금-_- 먹는다고? (......)
  • Hellkite 2004/09/03 12:16 # 답글

    Dolhana님 : 음; 제 동생의 경우는 더욱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프로토타입은 프로토타입인게지요. T_T

    시대유감님 : ...아니 미식가는 무슨 미식갑니까;

    Extey님 : ...당근으로 크셨군요. 좋으시겠습니다 어흑. 저는 채찍으로 컸는지라 ㅠ_ㅠ

    비공개님 : ....뭐; 사실 제 입장에서 맛있다의 기준은 철저히 맛 = (만족/비용) 입니다. (...)
    비용이 0이면 무조건 최고로 맛있는거죠(...)

    Aokizz님 : ...저희 어머님이 조금 더 독하셨나봅니다; 제 동생의 고집도 만만찮은데, 어머님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 =_=;

    뽀록슈 : 특정부분 과대광고는 참아주셈; (아니아니; 뒤에 한 단어 더 있잖아요!)
  • arch 2004/09/04 12:20 # 답글

    프로토타입...
    어떤, 다른, 어느 분들과 각각의 맛을 추구하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형님.
  • Hellkite 2004/09/06 16:19 # 답글

    .....자네도 무덤까지 함께가려는가? -_- (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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