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끝내지 않으면 결코 끝나지 않을 여정의 위에 나는 서 있다. 추억

새삼스레 불면증이 건망증처럼 찾아왔는지,
눈내린 흔적이 사라져가는 새벽창가 너머에서
불빛도 없이 모니터 빛만으로 눈동자를 빛내며
이렇게 또 쓰잘떼기 없는 손가락질을 해대고 있다.

돌려주지 못한게 많다.
볼 때마다 생각이 날 수 밖에 없는
받은 것들.
버려지기 위해 내게 온 것들이 아니라
돌아가기 위해 잠시 내게 머무른 것이니
언제고 언젠가 만나서 되돌려 주어야 하겠지.

지우는 것을 잊고 있었다가
오늘이 생일이라는 핸드폰의 울림에
화닥닥 잠이 달아나버렸다.
뭐. 어쩔수 없나.
좋아했으니. 많이 좋아했으니.
새로이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이젠 피곤할만큼
그토록 질기게 허덕이며 좋아했던 건 사실일테니.

내겐 무엇이 남았을까.
잊지 못하는 기억? 아니. 잊을 수 있다.
지우지 못하는 상처? 글쎄. 지워지던데?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긴 시간을 지나와
어느덧 아저씨가 되어가고 있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내게 남은 것보다 다른 누군가에게 주어버린 것이 더욱 많다.
그래서 황량해뵈는 마음은
되려 곱다. 쓰라리게.

내가 끝내지 않으면 결코 끝나지 않을 여정의 위에 나는 서 있다.
그 끊어진 다리에서 덜렁거리는 마지막 한 조각의 파편은
힘들고 외로워서 서럽게 우는 술 취한 목소리.

다른 모든 걸 잊어도,
설령 좋아했던 기억 모두 잊을 수 있는 축복의 그 때가 온다고 해도
저 한 순간의 흔들림을 잊지는 못할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이 가슴에 맴돈다.

그게 나의 허물.
언제고 벗어야 할지도 모르는.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입장전 주의사항.